‘미필적 고의’, 이걸 알면 형사 사건 대응이 달라진다?

살다 보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릴 때가 있습니다. 이때, 수사 과정에서 ‘미필적 고의’라는 단어를 자주 듣게 되는데요. 뉴스나 드라마에서도 종종 등장하지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이게 왜 중요한지 헷갈리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특히 법적인 문제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이해는 필수죠. 오늘은 ‘미필적 고의’의 정확한 뜻부터, 비슷한 듯 다른 ‘인식 있는 과실’과의 차이점까지, 쉽고 명확하게 짚어드리겠습니다.

미필적 고의 뜻

‘미필적 고의’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미필적 고의’의 핵심을 파고들어 봅시다. 간단히 말해, 자신의 어떤 행동으로 인해 범죄 결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행위를 저지르는 심리 상태를 의미합니다.

조금 더 쉽게 풀어보자면, 이런 상황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 예시 1: 친구를 심하게 때리는데, 상대방이 정말 크게 다치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죽진 않겠지’,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폭행을 이어가는 경우.
* 예시 2: 좁은 골목길을 차로 빠르게 달리면서, 혹시라도 사람이 튀어나오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지했지만, ‘나는 운전 잘하니까 괜찮을 거야’, ‘설마 사람이 나오겠어?’라고 생각하며 과속을 멈추지 않는 경우.

이처럼 ‘미필적 고의’는 ‘확실하게 그렇게 될 거야!’라고 단정하는 ‘확정적 고의’와는 조금 다릅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확정적 고의와 동일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즉, ‘설마 그렇게까지는 안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한 행동이라도, 결과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범죄로 이어진다면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왜 ‘미필적 고의’가 중요할까요?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살인죄와 과실치사죄를 예로 들어볼까요? 두 죄는 형량에서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여기서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죄의 성립 여부와 처벌 수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법은 기본적으로 고의로 저지른 범죄에 대해 더 엄격하게 처벌합니다. 과실, 즉 실수로 인한 범죄는 법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만 처벌하죠. 그래서 어떤 행동이 ‘일부러’ 한 것인지, 아니면 ‘부주의’로 인한 실수인지를 가리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일부러’ 한 것이라고 판단될 때, 그 ‘고의’가 명확했다면 확정적 고의, 혹시라도 결과 발생 가능성을 알면서도 굳이 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구분되는 것입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미필적 고의’의 무서움

최근 지인이 보이스피싱 전달책으로 재판을 받은 안타까운 사례가 있었습니다. 단순한 고액 알바인 줄 알고 시작했다가, 사기죄와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로 기소되었죠. 본인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집행유예를 받고 사건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유는 바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수사기관의 입장은 이랬습니다. “아르바이트 전에 ‘왜 이렇게 돈을 많이 주지?’라는 의심조차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당연히 조금만 검색해봐도 보이스피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텐데, 왜 그러한 조사 노력조차 하지 않았는가?”

결국, 경찰 조사에서 확정적인 ‘아, 이건 사기야!’라는 생각까지는 없었더라도, 어떠한 행위를 하기 전에 ‘이거 혹시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어렴풋한 의심이나 가능성을 인지했다면 ‘미필적 고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점들이 진술 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죠.

또 다른 사례로는, 직장 동료를 살해한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피고인은 우발적 범행이라며 살해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 동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범죄자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볼 수는 없기에, 주변 정황과 다양한 증거를 통해 판단하게 되는 것입니다.

‘인식 있는 과실’과의 미묘한 차이

여기서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시는 개념이 바로 ‘인식 있는 과실’입니다. 형사 사건에서 ‘범의’, 즉 고의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처벌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 구분은 매우 중요합니다.

인식 있는 과실이란, 결과의 발생을 예견했지만, 그 결과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여 자신의 행동을 계속했을 때 성립하는 과실의 한 종류입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 미필적 고의: “아, 이대로 가다간 사람 치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뭐… 괜찮겠지!” (결과 발생 가능성 인지, 그러나 ‘발생해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
* 인식 있는 과실: “사람이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이 정도 속도면 내가 충분히 피할 수 있어. 사고 같은 건 안 날 거야!” (결과 발생 가능성 인지, 그러나 ‘나는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라는 과신)

결과의 발생 가능성을 ‘알았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다. ‘미필적 고의’는 결과 발생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어쩔 수 없다’고 넘기지만, ‘인식 있는 과실’은 ‘결코 나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혹은 그렇게 믿고 싶어 하며)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구분은 법률적으로 매우 섬세한 영역이지만, 결국 어떤 결과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을 어떻게 묻느냐에 대한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미필적 고의’라는 단어가 처음에는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상 속에서, 혹은 주변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사건과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조금 더 현실적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법적인 문제에 휘말리는 일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때 정확한 지식은 우리를 보호하는 든든한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셨기를 바랍니다.